CC Log 6. 『안녕, 디자이너 - 회사 이야기』 서평

다시 안녕, 디자이너

『안녕,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고민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회사 이야기」(2018), 「음악 이야기」(2019), 「제주 이야기」(2024)라는 부제로 총 3권을 출간했다. 각각 ‘회사’, ‘음악’, ‘제주’라는 키워드를 큰 틀로 하여 디자인을 전공한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담았다.

『안녕, 디자이너』 시리즈

저자 이재중은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 전공을 살릴 생각이 없었다.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의 멋진 작업을 보며 ‘세상에 대단하고 뛰어난 디자이너가 많다’라는 생각을 했고, 자신은 디자이너 대신 다른 길을 택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그는 ‘디자인 안 할 거예요’라는 말을 밥 먹듯이 달고 살았지만 정작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 다른 길을 택한 선배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들의 삶을 직접 알아보고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안녕, 디자이너』이다.

일반적으로는 전공과 다른 직무에서 일하는 것이 특이한 것이 아닌데, 유독 디자인이나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전공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럴 만한 것이, 미대를 진학하는 경우는 대부분 대입을 준비하면서 다른 전공에 비해 조금 더 명확히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기에 일찍부터 선택해서 진학한 학과에서 배운 걸 살리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 [하지만] 디자인을 모르는 상태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고, 앞으로 다른 것을 시도해 볼 기회도 많다고 생각해요. ①

책 앞머리에 실린 저자의 말만 읽어 보아도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라는 명제가 이 책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제목의 ‘안녕, 디자이너’는 사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갖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작별의 ‘안녕(goodbye)’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제목의 ‘안녕’이 과연 ‘굿바이’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책의 인터뷰이로 참여한 디자인과 졸업생들(혹은 재학생들)은 분명 직업으로 디자이너를 택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졸업 이후의 삶 자체가 디자인과 연관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자인과에서 익힌 여러 역량과 경험이 분명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있다. 「회사 이야기」에서는 개인 사업자,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등 디자인 전공자의 강점(예컨대 시각언어를 활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다른 분야에서 살리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수록했다. 「음악 이야기」에서부터 디자인 전공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책에서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혹은 취미로 지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제주 이야기」에 이르러서 『안녕, 디자이너』의 관심사는 직업과 취미를 넘어 삶의 공간으로 확장되었는데, ‘제주’라는 지역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방식을 직접 실천해 보는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처럼 『안녕, 디자이너』 3부작은 ‘일과 직업’, ‘취미와 좋아하는 것’, ‘삶의 공간’ 등 각기 다른 주제로 다양한 인생을 엮었다.

서로 다른 인터뷰이들의 답변에서는 디자인 전공자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을 직접 할 줄 알 뿐 아니라, 디자인을 배우며 익힌 감각(단순히 보는 것부터 어떤 정보를 시각적으로 편집, 정리하여 전달하는 방식 등)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진로 선택에 있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에는 ‘안녕’을 고했지만, 디자인과에서 체득한 경험과 관점은 인생에서 필요한 순간마다 불쑥불쑥 ‘안녕(hello)!’을 외치며 나타난다.


『안녕, 디자이너 – 음악 이야기』의 「맺음말」 중

결론적으로 이 책은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넘어, 오히려 ‘디자인을 전공한 경험과 역량이 다른 분야에서, 혹은 자아실현을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전공을 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대학에서의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본인만의 답을 찾아나간 과정은 삶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각자만의 빛깔을 만들어 낸다.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무조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또 하고 싶다면 디자이너가 되면 된다. 디자인을 배운 건 어떤 일을 하던 머리와 가슴에 남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 당연한 생각을 하는 데에 어쩌면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 ②

저자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2018년 무렵과 현재의 대학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젊은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인사이트를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고 읽기보다는, ‘이런 삶도 나에게 잘 맞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 한장 한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인물의 말 한마디가 문득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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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매년 디자인과 졸업생의 수는 36,000명.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전체 디자이너는 30만명.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모두 디자이너가 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안녕,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전공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고민을 기록한다. 또 디자인을 전공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 ‘디자이너 아닌 직업으로 먹고사는 법’을 묻는다. 그 기록을 통해 전공과 직업, 일 그리고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 번째 책 『안녕, 디자이너 – 회사 이야기』는 디자인을 전공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았다. 회사를 경험했거나, 회사에 다니고 있거나,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회사 이야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재중

210p, 110 × 178 mm, 무선 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