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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카이브의 프랑켄슈타인

1759년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이 세계 최초의 공공 박물관으로 개방된 이래, 오늘날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술과 지식의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화두는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되어,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누구나 소장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작품의 디지털 데이터를 제공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은 49만 점 이상의 유물 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형식으로 제공하며, 대영박물관 역시 200만 건 이상의 소장품 중 상당수를 온라인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공개하였다. 이처럼 박물관의 실물 컬렉션은 정밀한 고화질 이미지로 디지털화되어, 새로운 창작의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얻는다.

나준흠의 『엑스트라 바디(Extra Body)』는 이러한 박물관, 도서관 등의 방대한 디지털 아카이브 속 파편화된 사료들을 수집하고 엮음으로써 이 모든 데이터에 새로운 신체, 즉 ‘엑스트라 바디(Extra Body)’를 부여한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코뿔소(The Rhinoceros)〉, 크리스토프 얌니처(Christoph Jamnitzer, 1563~1618)의 『새로운 그로테스크 문양집(Neuw Grotteßken Buch)』(1610), 가와나베 교사이(河鍋暁斎, 1831~1889)의 『백귀화담(百鬼畵談)』(1890) 속 요괴 등 시간과 국적이 뒤섞인 여러 도상은 서로 전혀 무관하다. 그러나 대부분 ‘괴물’을 묘사한 이미지라는 점에서 시각적으로는 무척 유사하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사자, 용, 반인반수, 유니콘, 인어, 샤를 르 브룅(Charles Le Brun, 1619~1690)의 ‘사람-동물’ 스케치 등, 별색으로 인쇄된 여러 이미지는 대부분 신화 속, 혹은 상상 속의 괴물을 표현한 것이다.


『엑스트라 바디』에서 재해석된 『백귀화담』(1890) 속 요괴의 모습.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그렇다면 작가는 왜 괴물의 몸을 모았을까. 고전 이미지와 드로잉이 빚어낸 혼종적 형상이 그 이유를 암시한다. 내지의 여러 신체 도상은 근대 휴머니즘의 백인/남성-중심주의에 기반한 ‘인간’에서 벗어난 불온한 형태이다. 각 시대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야만, 나와 타자의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몸들이다. 나준흠의 그로테스크하고 유기적인 펜드로잉은 지면 위 소위 ‘비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기괴한 몸들을 이어 붙인다. 작가의 선은 각기 다른 이미지, 역사, 종(種)이 뒤섞인 화면 속에서 도상 하나하나를 꿰뚫으며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낸다.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질적인 형상들을 조합하는 시각 실험이 펼쳐지고, 데이터의 바다에 흩뿌려졌던 옛 이미지들은 일련의 혼종체로 재탄생하여 생명력을 얻는다.

Book
Extra Body

Extra Body

32p, 140 × 210 mm, 중철 제본

『Extra Body』는 디지털 환경을 떠도는 이미지들에 ‘엑스트라 바디(Extra Body)’, 즉 새로운 신체적 맥락을 부여한 책이다. 이미지 파편 사이의 빈 공간은 드로잉으로 메워져 이질적인 도상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결합한다.

저자: 나준흠
출판: dreistack
인쇄: 바인엑스트라칼라